알테어는 작년 가을 폴리오그에 이어 지난 7월에 에스앤위즈를 인수했습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특화된 분야의 해석 기술을 갖춘 국내 CAE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글로벌 CAE 기업이 국내 업체를 그것도 연이어 인수한 사례는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한국알테어 문성수 대표를 만나 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알테어의 전반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폴리오그에 이어 에스앤위즈까지, 글로벌 CAE 기업이 국내 업체를 인수한 것이 눈에 띕니다. 어떤 배경이 있는지요?

국내에 많은 CAE 소프트웨어 기업이 있습니다. 글로벌 메이저 업체와 같은 멀티피직스 해석 전반을 다루지는 않지만 MBD(다물체동역학)나 생산기술 분야에서 저마다 강점을 갖고 있는 업체들입니다.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전세계에 알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 상상하기 쉬운 것은 직접 다른 나라에 진출하고 영업을 전개하는 것이지만, 어려운 방법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기술을 알리는 또 다른 방법은 글로벌 기업과 기술협약을 맺고, 글로벌 기업을 통해 영업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알테어는 2019년 국내 EDA(전자 설계 자동화) 기술 업체인 폴리오그를 인수했는데, 당시에도 이런 취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CAE 기술력을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전세계에 소개하는 통로를 제공할 수 있다면 국내 CAE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에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주요 고객사인 국내 제조기업뿐 아니라 EDA와 발포성형 해석 등의 기술 인수까지 진행하면서 알테어 내에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는데요, 한국알테어를 이끄는 입장에서 상당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알테어 내부에서는 폴리오그 인수와 비슷한 시점에 에스앤위즈의 인수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폴리오그는 본사에서 먼저 합병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고, 에스앤위즈는 한국알테어에서 제안을 한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 먼저 합병을 마치게 될지 진행 과정에서 예측하기가 어려웠는데, 결과적으로는 폴리오그가 먼저 합병을 완료하게 되었습니다.

EDA와 발포성형 해석 기술을 인수했는데, 알테어의 기술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강화될까요?

에스앤위즈는 발포성형 해석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인데, 전처리와 후처리 프로그램은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알테어의 인스파이어(Inspire) 플랫폼에 에스앤위즈의 발포성형 해석기를 탑재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추진했는데, 최종적으로는 발포성형 기술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수합병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에스앤위즈는 기술 집약적 기업으로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는데, 알테어 안에서 협력을 진행함으로써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CAE 분야에서 알테어의 차별점은 ‘생산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스파이어 플랫폼은 주조, 사출, 압출, 스탬핑 등 생산을 위한 해석 기술을 탑재하고 있는데, 에스앤위즈를 인수하면서 발포성형까지 추가해 전체 생산기술 해석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폴리오그는 PCB(회로기판) 해석에서 ECAD(전자 캐드) 모델을 만들고 양산 단계에서 검증하는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는 기업입니다. 한편으로 알테어는 PCB 및 전자기 해석 솔루션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 중에 지난 5월에 인수한 랩 인터내셔널(WRAP International)은 기지국 설계 등을 위한 광대역 전파 해석 솔루션 기업인데, 북유럽을 중심으로 통신과 국방 등 분야에서 많이 쓰이고 있기도 합니다.

PCB 해석에는 다양한 해석 조건이 필요한데, 전자기장 해석은 기존에 알테어가 갖고 있는 페코(FEKO) 솔버로 가능했습니다. 여기에 폴리오그를 추가하면서 PCB 해석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되었고, 한편으로 폴리오그의 해석 제품에 알테어의 유닛 라이선스 시스템을 탑재하면서 유연한 라이선싱의 효과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테어가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데 있어 고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멀티피직스도 중요하지만 최적화 역시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CAE의 궁극적인 목표는 최적의 설계 결과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알테어가 생산기술 영역을 강화하는 목적도 생산 현장에 최적의 결과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로 최적해를 제공하는 것이 알테어의 지향점입니다.

생산 기술 측면에서 앞으로 알테어가 강화할 부분 중 하나는 사출성형인 것 같습니다. 조만간 사출성형 해석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선보일 예정인데, 이를 통해 거의 모든 해석 영역을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최근 알테어는 CAE가 아닌 데이터 애널리틱스 솔루션도 선보였는데요, CAE와는 어떤 접점이 있는지요?

알테어는 전통적인 CAE 외에 새로운 분야로도 확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데이터 분석 솔루션 공급업체인 데이터워치(Datawatch)를 인수하면서 데이터 머신러닝 분야에 진출했고,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해 왔습니다. 또, 지난 7월에는 데이터 분석을 위한 통합 플랫폼인 날리지웍스(Knowledge Works)의 본격적인 국내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최적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IT 기술이 점차 하나로 모아지고 있는데, 다음 단계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가장 보편적인 설계 최적화 방법은 다양한 설계안을 만들어보고 그 중에서 최적의 설계를 찾아가는 ‘귀납법’입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머신러닝 프로세스는 이런 전형적인 최적화 과정과 닮은 부분이 많고, 최근에는 제조 분야에도 이 기법이 접목되기 시작했습니다.

날리지웍스는 알테어가 인수하기 전부터 금융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솔루션이었는데, 최근에는 생산뿐 아니라 제품 관리, 품질 등 분야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올해 날리지웍스를 소개하고 사용자 기반을 다지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금융분야뿐 아니라 매뉴팩처링과 머신러닝의 접점을 만드는 과정도 진행 중인데, 내년에는 본격적인 레퍼런스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사회와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19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죠. 하지만 제조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되면서, 현실적으로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알테어는 상반기 비즈니스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선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알테어의 모든 솔루션에 오픈 라이선스를 제공해 재택근무를 원활히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19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으면서, 하반기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업의 연구개발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보는데요, 제품 개발을 위한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는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의 성장에도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알테어는 코로나19의 유행에 따라 내부적으로 비대면 체제로 전환하는 변화를 진행했습니다. 오프라인 교육과 온라인 교육을 병행하고, 콘퍼런스도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이외에 원격 영업과 원격 기술지원도 더욱 늘렸습니다. 세일즈와 기술지원, 콘퍼런스에 걸친 온라인 전환은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온 것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변화가 더욱 빨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인터뷰의 전체 내용은 캐드앤그래픽스 2020년 9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