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추진한 디지털 전환의 내용과 성과를 소개했습니다.
KF-21 보라매는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첫 번째 초음속 전투기로, 지난 2014년 개발이 시작되어 올해 4월 시제 1호기의 출고가 이뤄졌습니다. 이후 지상시험과 비행시험 등을 거쳐 오는 2026년에 도입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6월 8일 열린 다쏘시스템코리아의 ‘3D익스피리언스 콘퍼런스 코리아 2021’에서 KAI의 유경열 CIO는 “전투기의 개발은 다른 항공기와 비교해도 요구 수준과 복잡도가 높다. 또한 KF-21 보라매의 개발은 국제공동사업으로 진행되고 일정도 길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존의 개발 인프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KAI는 디지털 연속성(digital continuity)에 바탕을 둔 최신의 개발 방법론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또한, 고객의 다양한 요구와 공동개발 파트너까지 아우르면서 프로젝트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확장된 개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 유경열 CIO의 설명입니다.

KAI가 KF-21 보라매의 개발 과정에서 추구한 디지털 방법론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단일 소스(single source), 단일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플랫폼입니다. 기능별로 개발 시스템이 분리되고 설계/엔지니어링/제조 등 영역마다 별도의 BOM(Bill-of-Materials)을 만드는 대신에, 수많은 데이터가 하나로 연결되는 디지털 환경을 구현한 것입니다.
유경열 CIO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요구도, 개념설계, 상세설계, BOM을 연결하고,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기술 데이터와 변경 이력을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KAI는 전투기 개발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을 세우고, 향후 진행된 지상시험 및 비행시험을 위한 시스템까지 모든 데이터가 플랫폼 안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애자일(agile) 방식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완전한 MBD(모델 기반 정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MBD는 3D 데이터를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에 활용하기 위해 도입되고 있습니다. 3D CAD가 많이 쓰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3D CAD로 설계한 후에 2D 도면을 작성해서 생산부서에 전달하는 일이 여전히 적지 않은데요. 이 경우에 설계자가 3D CAD로 설계를 한 후에 다시 2D 도면을 만드는데 시간을 써야 하는 불편이 있게 마련입니다. 또, 3D를 2D로 만드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거나 하면 생산부서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KAI도 이전에는 이런 개발 프로세스를 사용했는데, KF-21 보라매의 개발 과정에서 2D 도면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습니다. 3D CAD의 형상 안에 치수나 공차 등의 제품 제조 정보(PMI)를 포함하는 MBD 모델을 생성하고, 생산 현장에서도 3D 데이터를 활용해 제작과 조립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설계자는 2D 도면을 따로 작성하는 시간을 줄이고, 변환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 때문에 제품의 품질이 낮아지는 등의 문제도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VR(가상현실), FDMU(기능 디지털 목업) 등의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복잡한 전투기 내부의 배치를 설계하기 위해서, KAI는 큰 화면에 3D VR로 구성된 설계 모델을 여러 명의 설계자가 모여서 검토할 수 있는 몰입형 디자인 센터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유경열 CIO는 “가상 디지털 트윈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 단계로, 항공기의 각 계통별로 디지털 시스템 모델을 FDMU로 구현하고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제품 개발 환경의 디지털화는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온 흐름입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까지 이어진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VDI(가상 데스크톱 인프라) 등의 도입이 더 빨라지고,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높이는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국내외에서 많은 기업들이 미래 제품 개발 환경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유경열 CIO는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 핵심 디지털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유경열 CIO는 “KAI는 향후 유사한 국방 기술의 개발에서 표준을 만들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꾸준히 준비해 왔다. 이런 준비 과정과 노력은 우리나라의 항공 산업을 선도하는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수많은 업체를 포함해 전체 생태계의 생산 능력이 항공 부문의 제조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에 따라, KAI는 유관 중소기업에 기술을 전파하고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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