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M(제품 수명주기 관리)은 제조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기술로, 플랜트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낮선 용어였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PLM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플랜트 건설을 위한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상용 PLM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AWP(Advanced Work Packaging)의 개념을 실체화하는 방향으로 자체 개발에 나선 것이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AWP는 2010년대 들어 미국의 건설산업연구원(Construction Industry Institute : CII)과 캐나다 앨버타 주 발주자협회(Construction Owners Association of Alberta : COAA)가 내세우면서 프로젝트 운영에 적용되기 시작한 관리 방법론입니다. 거대한 프로젝트를 관리가 가능한 단위인 ‘워크 패키지(work package)’로 나누고, 이 워크 패키지별로 설계, 조달, 공사 업무를 계획하고 실행함으로써 현장의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AWP의 기본 개념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팀장인 박성연 상무는 “효과적인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PLM을 검토했는데, 제조산업과 다른 EPC 산업의 특성 때문에 적용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AWP가 등장하면서 PLM과 접목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었고, PLM과 AWP를 결합해 삼성엔지니어링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PLM 구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합니다.
첫 번째는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운영 기준 정보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AWP라는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에 기반한 엔드 투 엔드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그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관리에 필요한 운영 기준 정보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AWP 플랫폼 개발 리더인 정원상 프로는 “프로젝트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프로젝트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고 전했습니다.
또한 부서 간에 주고 받는 데이터의 종류와 시간 순서도 하나하나 정의해야 했습니다. 관여하는 공종과 소분화된 업무의 종류가 많고, 공급사(vendor)와 정보를 주고 받는 관계가 복잡한 것이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의 특성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복잡한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법이 운영 기준 정보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운영 기준 정보를 구축하는 데에 5년 이상의 시간을 투입했습니다. 실제 시스템을 구축한 기간은 2년 남짓인데, 삼성엔지니어링에 맞는 체계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체성(identity)을 정립하는 기초 과정에 많은 공을 들인 셈입니다.
두 번째 과제는 공통 업무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회사의 기간 시스템은 여러 프로젝트에서 공통적으로 이뤄지는 업무를 효율화하고 시스템화해야 합니다.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베스트 프랙티스였던 사례로 만든 시스템이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작동하지 않거나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시스템 구축의 실무를 담당하는 담당자는 여러 프로젝트의 공통된 부분이 무엇인지, 가장 핵심이 되는 업무가 무엇인지 가려내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운영 시스템의 유지 관리에 드는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공통적인 업무에 집중한 시스템은 유지보수 비용이 크게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삼성엔지니어링의 PLM 시스템이 ‘S-AWP’인데요. 이 시스템의 기본 개념은 ‘CWP를 완성하기 위한 도면, 자재, 공사 등의 정보를 통합하는 플랫폼’입니다. CWP(Construction Work Package)란 EPC 건설 프로젝트에서 최종 생산품이라고 할 수 있는 공장의 워크 패키지입니다.
S-AWP 시스템은 설계, 조달, 공사로 나누어진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으고, 통합된 정보를 대시보드로 보여주는 형태로 구축했다고 합니다. 정원상 프로는 “건설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장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모든 데이터를 정리하는 기준을 엔드유저라고 할 수 있는 공사현장에 맞추었다”고 설명했습니다.
S-AWP의 운영 시스템은 워크 패키지별로 설계·조달 담당자들의 업무 산출물인 도면과 조달 자재들의 정보를 자동 집계합니다. 그리고, 집계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면과 자재가 준비되면 시공 가능 물량인 워크 프론트(work front)를 산출해줍니다.
워크 프론트 정보는 설계와 조달 담당자들에게는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서 업무 성취율이 되기도 하며, 공사 담당자들에게는 투입 리소스와 시공 계획을 조정하기 위한 기준이 됩니다. 또한 관리자들은 실제 프로젝트를 워크 패키지별로 나누어서 설계·조달·공사 업무가 어느정도 진행되었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눈에 띄는 점은, 삼성엔지니어링이 S-AWP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상용 솔루션을 도입하지 않고 기초부터 직접 개발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플랫폼에 데이터를 올렸을 때 다른 사람이 그 데이터를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분류/처리하려면, 기준 정보를 확립하기 위한 EPC 분야의 전문지식이 필요합니다. 또한 기존에 삼성엔지니어링이 운영하고 있는 CAD, ERP 등의 시스템과 연계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자체 개발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고, 기존 시스템과의 연결은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해결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박성연 상무는 “EPC 회사마다 방식과 절차가 다르고 모든 프로젝트가 완전히 동일하게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고 프로세스화하는 데에 상용 솔루션을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은 대규모의 기업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전담 조직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어 독자적인 PLM 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S-AWP 시스템을 적용한 건설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주목하는 효과는 공사까지의 과정을 효율화해 현장 공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 그리고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건설 프로젝트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모든 데이터가 통합되고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작업의 우선순위를 성정하고, 이에 필요한 도면이나 자재를 적기에 제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성연 상무는 “정확한 데이터와 함께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어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중간 과정의 지연이나 오류를 줄일 수 있었다. 현재 PLM을 활용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이전과 같은 손실이나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수의 프로젝트를 문제 없이 진행하는데 PLM이 기여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으로 EPC 건설 프로젝트는 해외나 오지에서 진행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삼성엔지니어링은 S-AWP 시스템이 지리적인 환경에서 생기는 프로젝트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클라우드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S-AWP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사내에 구축된 메인 시스템과 클라우드를 활용한 현장용 소규모 AWP 시스템을 연결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서버를 구매해서 현장에 보내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을 건너뛸 수 있다고 합니다.
정원상 프로는 “도면이나 자재 등 본사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메인 서버에서 진행하고, 현장마다 맞춰서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전체 시스템을 기능별로 분리해서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보안이 중요한 데이터는 외부에 저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캐드앤그래픽스 2021년 8월호 기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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